다른 해보다 가을이 일찍 다가온 절기의 문턱에서 해운대 달맞이 고개에 있는 갤러리 조이는 ‘조용한 공존展’을 개최하고 있다. 초대 작가는 경성대 교수로 재직 중인 오승환 작가이다. 작가는 이미 ‘조용한 갈등’, ‘조용한 교감’이란 주제로 전시를 가진 적이 있어 이번 전시도 ‘조용한’ 시리즈의 연속인 셈이다. 작가는 해외에서 촬영한 26점의 풍경사진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는 사진 속에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오랜 전 인간들은 자연의 조그마한 일부분이었지만 언제부터인지 자연을 다스리고 조정하려하며 심지어는 파괴도 서슴지 않고 있다. 지금의 속도라면 머지않은 미래에 그동안 인간이 저지른 대가를 받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 불안한 느낌은 이미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다. ‘조용한 공존’을 이야기하는 이 시간에도 현대인는 안타깝게도 ‘불안한 해체’로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사진 속에는 알래스카, 호주의 투움바와 브리즈번, 알프스의 몽블랑산과 레만호수, 뉴지랜드의 웰링턴, 네팔의 카트만두, 히말라야 등의 풍경이 펼쳐진다. 웅장한 느낌도 있지만 작가는 자연과 인간을 함께 등장시켜 공존을 강조하고 있다. 작가가 사용하는 피그먼트 프린트 출력은 진하고 선명한 색상을 구현하고 있어 자연 속의 특정 색 즉 노을, 구름, 초저녁 하늘의 짙은 색이 초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산과 바다, 들과 숲, 호수, 강, 해와 달, 구름과 별 등 인간과 자연은 그 존재가 서로 끊어질 수 없는 연기의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끝없는 갈등과 화해를 번복해가며 또 그 속에서 성숙되어져 가고 있다. 작열하는 태양과 웅장한 나무가 공존하는 자연 아래 작은 존재인 인간이 더부살이하며 살아가는 상황을 부정하고 자연을 인간의 종속적 관계로 보고 하나의 소모품으로 보는 존재의 인식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안겨주었다. 지구는 인간의 소유물이 아닌 모든 생명체와 공존하는 공간이다.』<작가 노트 중에서>
때론 찰나의 순간을, 때론 긴 노출로 느린 호흡을 보여주고 있는 작가는 여러 작품 속에서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이루는 구도로 표현한다. 작가의 ‘조용한 공존’은 더 이상 조용한 목소리가 아니라 작품을 보는 관객들에게 커다란 느낌으로 다가오고 있다. 인간과 자연의 평화를 강조한 이번 전시는 갤러리 조이에서 22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