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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갤러리조이] 최미애 초대전 'Nature and Breath' 부산일보 [추PD의 아틀리에] 엮인글 https://galleryjoy.com/xe/3949/2ea/trackback
글쓴이 galleryjoy 날짜 2015.06.17 13:50 조회 수 4441

최미애展(갤러리 조이)_20150612





//평론 안영준//

자연 그리고 숨결

초록의 감미로운 숨결이 화악 밀려온다.
몸의 미세한 감각세포들이 새롭게 기지개를 트는 순간이다. 그동안 마음속 깊이 간직해 두었던 아련한 옛이야기의 영상들이 샘솟듯이 스쳐가기 시작한다.

삶의 기쁨에 반응하는 꽃들의 속삭임과 우리의 영혼에 쉼을 주려는 듯 반가이 맞이하는

 나무 잎사귀의 수줍음은 정감 있는 숨결로 여유 있게 공간을 장식한다.
삶의 갈피마다 끼워두었던 소망들이 이곳에서 특별히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가 있는가?

그 안으로 들어서면 자연의 세미한 숨결에, 같이 호흡하는 자신도 순간 발견하기 때문이리라.

우리 스스로 마음의 경계를 그어놓지 않아도 어느새 자연은 아늑한 속내를 조금씩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최미애 님의 화면은 보이지 않는 소망의 날개가 어떻게 아름다운 자연의 숨결을 만들어가는 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곳에는 우리의 시야를 이끌어 생명의 공간 안에서 자유롭게 이동시키는 그 무엇이 있다.

지나간 시간의 흔적들을 지워가듯 파아란 샬롬의 숨결들은 한 잎, 한 잎 시간을 불꽃으로 정화시킨다.

우아한 표정의 목련은 포근한 자연의 숨결 앞에서 지나간 시간의 흔적들을 하나씩 지워가고 있다.

꿈틀거리던 식물도 세상 향해 내뿜던 향기를 뒤로하고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샬롬을 사모하기에 영혼의 순례자인양,

소망의 푸른 옷으로 갈아입는다. 이제, 어렴풋이 보이는 이미지의 호흡 속에 숨죽인 백합의 고상한 자태 사이로 살아있는 숨결을 듣게 된다.


웹이미지


숨결의 환희! 예술 사상 가장 고귀한 비전(Vision)이라는 거창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더라도, 우리의 몸은 이미 환희의 잔치에 함께하고 있다.

정갈한 꽃잎의 사이사이를 타고 오르는 숨결의 울림은 아스라한 효과들을 생명의 노래에 선사한다.

숨결이 머물다 간 그 자리가 이토록 청명할 수 있는가! 영원의 형상에 투영되어 나타나는 은은한 색깔의 변주와

정제된 형상의 조화로운 리듬은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할 것 같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나는 살아있다. 나는 느낀다. 나는 사랑한다.”는 의미가 새롭게 다가올 수도 있는가? 대답은 분명하다.

생명의 숨결이 있으면 가능하다. 설령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로는 아무런 생명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것일지라도 말이다.

숨결은 조형적 아름다움을 넘어선 그 이면의 무한한 생명의 세계, 아니 자연의 작은 속삭임까지도 무리 없이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다.

최미애 님이 포착한 사유의 공간은 숨결의 환희, 자연의 속삭임을 뿜어내기에 분주하다.

그의 작품에서 자연의 숨결은 복잡하거나, 요란스러운 이야기를 전해주지 않는다. 단순하지만 고귀하게 전달되는 그 무엇이 있다.

어둠을 꿰뚫고 나온 눈부신 봄날의 들녘에서, 가을의 무르익은 한그루 나무의 몸매에서, 우리는 선의 살아있는 율동을 듣는다.

우리의 시야를 가득 메우는, 선이 아우르는 풍요로움을 접하게 되는 순간이다. 단순히 그 자리에 머물러 서려 하지 않는,

선의 유연함은 자연스럽게 여유 있고 멋스러운 여백을 만들어간다. 그동안 우리의 마음을 두드렸던 많은 크고 작은 상념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곳으로 달려간다.

이제, 시간의 흐름 안에 투영된 삶의 많은 열매들을 마음껏 풀어 헤쳐도 좋다. 호오! 자연이 들려주는 포근한 입김을 마주한다.

씻은 듯이 맑고 정결한 얼굴로 미소 짓는 햇살이 삐쭉 얼굴을 내밀 것만 같다. 때때로 마음의 빗장이 닫혀 있어서

낯설음의 모습으로 지내던 이야기의 영상들을 내려놓아도 된다. 메마른 땅 위에 마른 장작처럼 팔 벌리고 있던 탄식의 메아리들일지라도

자연의 숨결은 마다하지 않는다. 자연의 숨결은 새 한 마리 깃들고 둥지를 틀게 할 넉넉한 사랑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최미애 님이 바라본 자연은 순간을 이야기 하는 듯하나, 기실 시간 안에 멈추어 서지 않고 술술 이야기의 보따리를 풀어 보인다.

우리의 시야에 들어 온 넉넉한 숨결은 자연스럽게 눈에 보이는 것 이면의 진실을 그려내고 있다.

그것은 투명한 진실을 소통하는 숨결의 화음이다. 화면의 순수한 자유로움과 가공되지 않은 이미지의 무한한 암시성이 우리 삶의 가장 깊은 마음을 채우고 있다. 후우! 이제, 잡힐 듯한 옛 이야기의 영상들은 자연의 숨결을 따라 여행을 떠나려고 한다.


//평론 안용준(캐나다 토론토대학교 미학미술사 연구원, 미학박사)



– 장소 : 갤러리 조이
– 일시 : 2015. 6. 12 – 7. 12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ab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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